draft 단편 삼류소설

암호 도둑 – 중

MAC 어드레스가 남을 테니, 다른 노트북이 필요했다. 중고시장에서 구형 노트북을 하나 구해왔다.
윈도 비스타, 그녀는 최초에 산 컴퓨터를 그대로 사용 중이었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사진 관리 정도를 컴퓨터로 이용하고 있었다. 데스크톱은 늘 잠자기 모드로, 옛 기종이라 웹캠은 없었으니, 더는 볼게 없었다. 이제 뭐로 해코지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그녀가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했다. 야후 메일, 허허 이 여자, 같은 패스워드로 로그인한다.
단순한 메일 확인이었는지 마우스 클릭만 몇 번, 끝. 자정을 넘기고 한참을 더 기다렸다. 나는 익명으로 산 노트북으로 그녀의 컴퓨터를 장악한다. 그리고, 쉽게 야후 메일을 찾아보기로 한다. 쓸데없는 메일들, 온라인 구매 관련 청구서와 문서들-지금 나에게는 전혀 관심 없는 소스들. 이력서를 자주 보낸 흔적으로 보아 일자리를 구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낯익은 이름 하나가 나온다. 존 레이먼, 전 남편이다. 스페인어로 되어 있다고 해도 내게는 구글이 있으니 별문제가 아니다. 돈. 돈 문제가 있다. 이혼 소송도 했던 모양이다. 위자료 문제도 있는데 지금 전남편은 오히려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
말리사는 전남편의 외도, 정확하게는 다른 여자와 이중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혼했다. 혼인 빙자 사기였나? 아무튼, 법원까지 갔었는지, 판사는 모든 책임을 전남편에게만 덮어씌웠다. 남자에게는 참담한 결과. 이후에 합의해서, 금액이 조정되었지만, 당시 말리사는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남자는 파산을 하고, 동거 중인 여자에게도 버림을 받았다. 그렇다면, 존은 지금 말리사에 구걸을 해야 할 텐데. 그는 지금 돈을 달라고 재촉을 한다.
이메일에는 그들이 1년 동안 했던 진흙탕 싸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런데, 4개월 전쯤부터 말리사가 흔들리는 듯했다. 정확한 내 느낌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고 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그때부터 전남편에게 돈이 흘러간다. 처음에는 적은 돈이었지만, 그랬다. 그 이후, 레이몬이 패권을 장악한다.
임신 4개월? 그렇다면, 혹시 아이 아버지가 존 레이먼? 임신 사실을 알고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이후인지 이메일만 보고는 알 수가 없었다. 그보다 대체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가. 장난으로, 익살스러운 계획이라고 치부하면서 시작한 일이, 그들의 곤란한 애증 관계를 알게 된 것이다. 더구나, 나는 말리사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곧 아이의 엄마가 될 텐데. 지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까. 혹시라도 전 남편의 아이라면, 사실을 숨겨야 하는지 아니면 털어놓아야 하는지, 내가 들여다본 것에 의하면, 지금 남편과는 의심할 여지 없이 좋다. 행복하게 보였다.
그들의 사생활을 알게 되고, 난 그들과의 전쟁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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