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를 생각하면서

나는 어느날 꿈을 꾸었습니다.

멀리서, 소년은 소리 쳤다.

“산티아고 할아버지! 제가 드디어 잡았어요!”

노인은 전망 높은 집에서 마놀린을 바라본다.

그런데 대견한 생각 보다는 가슴 깊이 숨어 있는 분노가 올라 왔다. 아주 약간, 그러나 틀림없이 불편한 마음이었다.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노인은 진정을 한다. 그리고, 손을 흔들면서 소년에게 답례를 했다.

그 누구도 소년이 잡은 청새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청새치는 소년의 고깃배를 가득 채우고 남았다. 정말 거대한 크기.

갑자기 노인의 오른손, 의족이, 정전기로 작동에 문제를 일으킨다. 마음의 상태가 복잡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오작동?

힘이 과다하게 흘러갔는지, 그만 벽을 뚫고 말았다. 이러다가 누군가의 심장을 뽑아 낼지도 모른다. 왜 이런 증상이 발생하고 있는 가?

항구로 들어 서는 소년의 고깃배, 노인은 이제 선술집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소년의 무용담을 들으면서 대견하게 바라 봐야 한다. 당연히 소년은 노인에게 맥주와 좋은 음식을 줄것이다.

의족을 제어 하는 노인의 신경이 혼란 스러웠기에, 정전기가 계속 흘렀다. 따끔 거리는 어깨, 입술마저 경련으로 부들 부들 떨렸다.

이미 술집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소년에게 축하와 격려로 뜨거웠다. 그러나 노인에게는 그저 시끄러운 난장판으로 느껴졌다. 술집으로 들어 가는 노인, 갑자기 어깨에서 푸른 정전기가 다시 일어 났다.

늦은 시각, 축하 파티가 끝나고, 이제는 노인의 전망 높은 집이다. 소년은 노인과 단 둘이 맥주를 나눠 마시고 싶었다.

“엄마가 산티아고 할아버지께 드리라고 했어요.”

소년의 엄마는 주로 술집에서 일을 하지만, 밤에는 식당에서 요리를 돕는다. 오늘은 노인과 소년에게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 준 모양이다.

의족은 음식을 먹으려 포크를 찾았지만,

갑자기 소년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너무 갑작스런, 고통을 느낄 시간 조차 없었다. 소년은 노인의 눈을 바라보면서 하얀 얼굴을 바닥에 떨구고 말았다.

오.작.동.

틀림없이 오작동. 그러나, 소년의 심장은 이미 사라지고 말았고, 노인의 의족은 더 바쁜 움직임으로 소년의 몸을 거두고 있었다.

이제 노인은 의족을 끊어, 오작동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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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sory

커피를 마시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사내는 들리지 않았다. 카페, 높은 천장에 커피 원두 푸대 자루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사내는 지저분하게 때가 타서 장식용인지 진짜인지 구분 조차 할 수 없는 커피 자루를 올려다 본다. 설마 진짜 원두를 담아 매달아 놓은 건 아니겠지, 사내가 딴청을 피우는 것을 눈치챈 여자, 달아오른 볼이 더 붉게 물든다. 눈에 힘이 들어가고, 결국 탁자위에 올려져 있던 사내의 팔을 잡아 흔든다.

“지금 내 말 듣고 있어? 6 주라고, 이제 어떻게 할거야? 나 진짜 미치겠단 말이야. 뭐라고 말좀 해봐!”

사내는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내려 보고, 당당하게 떼어 놓는다. 그리고, 여자를 바라본다. 사내의 얼굴은, 막걸리에 물을 잔뜩 풀어 넣은 듯 창백하다.

“낳고 싶다고 이러는 건 아니지? 그러지마, 우리 형편에 무슨 자식. 우리 닮아 봐야 죽을 때 까지 일만 하다 죽어 갈게 뻔한데. 그러지 말고, 돈은 내가 어떻게든 마련해 볼테니까 병원이나 찾아 보자.”

여자는 사내의 빰을 보기 좋게 갈긴다. 그리고, 분노의 말과 독기 서린 눈빛, 사내를 질책한다. 그러나, 사내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본인도 이해 할 수 없어 난감하다. 그래서 인지 여자에게 괜히 미안하다,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벌어 오늘 살아가는 사내에게 돈을 바라는 것도 아닐텐데, 그런 자신과 같이 살자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다시 연락하지마. 그리고, 이제 우리는 모르는 사이야 알아 들었어? 나쁜새끼!”

싸구려 콘돔을 확인 못한 것이 잘못인지, 새벽녘에 한 번 더 한 사정이 잘못인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건강한 정자가 문제인건지 사내는 도통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카페를 나가는 여자를 바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사내는 다시 천장에 매달려 있는 커피 원두 자루를 올려다 본다. 그리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궁금해서, 옆으로 지나가는 카페 종업원을 막아 세워 물어본다.

“글쎄요, 아직 점장님을 만난적이 없어서요, 오늘 첫 출근이라서”
“정말 모르세요? 10 파운드라고 적혀 있잖아요, 저기요. 보이죠? 5 킬로그램이 조금 안되는 무게인데, 혹시라도 떨어지면 위험 하잖아요. 안그래요? 물론, 진짜 원두를 담아서 매달아 놓았다면, 카페에 커피향이 돌아 다닐 수 있으니 좋기는 하겠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아닌것 같아요.”

종업원은 사내를 한심하게 생각하면서, 급한척 대꾸 없이 그냥 자리를 피한다. 사내는 몇 자루가 매달려 있는지 세어 보기로 한다. 하나, 둘… 서른 넷. 문득, 자신의 나이와 같다는 생각에 맥없이 웃음을 흘린다.

사내는 매일 새벽 인천 공항에 도착하는 생두, 아직 볶지 않은, 커피산지에서 직접 보내 준 것을 받아 와서 커피 로스팅 사업자에게 판매를 한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에서 직접 운영하는 커피 농장을 직접 찾아서 원산지별로 분류하고, 생두가 필요한 업소를 찾아서 샘플을 보내서, 새로운 거래처를 만들기도 했다. 사업 초기에는 제법 괜찮았지만, 든든한 자금력과 영업천재가 포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나타나면서, 사내가 하는 일도 힘들어 졌다. 다른 농장을 찾아 다녀야 하는데, 아프리카는 멀고, 중간 유통업체는 만나줄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

사내는 천장에 메달려 있는 원두 자루 옆에 목을 매고 달려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